프로코피에프 콘체르토 전곡 연주 때의 그 감동이 잊혀질만하니까..
그는 또 다시 베토벤으로 나의 온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그가 연주했던 베토벤 32번 소나타..
1악장도 1악장이었지만 이 곡의 백미는 역시 2악장이었다.
베토벤의 참혹했던 현실과 그의 이상이 오묘하게 혼합되어 있는 2악장.
대학시절, 이 곡을 시험곡으로 정하고 열심히 레슨을 받고 CD도 들어보고 나름 연구도 했었던 것 같은데..
난 전혀 이곡에 대해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이론상으로만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고, 아는 척 나불거렸지..
이 악장의 본질 근처에는 다가가보지도 못했었나보다..
(2악장 악보 외우는 것 하나만도 버거웠으니 오죽하리... 그 곡을 남앞에서 연주했던 그 뻔뻔함이란... --;;)
그의 소리 하나하나, 그의 몸짓 하나하나엔 베토벤의 마음이, 베토벤의 생각이, 베토벤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이 곡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는 완벽하게 이 곡을 이해해서 표현해냈다.
그의 연주를 듣고 나서야 '아,, 이래서 32번 2악장이 그리도 칭송을 받는 거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그런 음색을 낼 수 있는지.. 어떻게 음악을 그렇게 아름답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건지..
순결한 영혼이 담겨있는 것 같은 그의 소리... 영원함... 빛.... 진짜 음악...........
눈물이 났다...
너무 황홀해서... 너무 감동해서...
적어도 내가 피아노를 했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감히' 없는 글솜씨로 이런 마음을 너무 쉽게 적어놓는게 죄송스러워 며칠간은 글도 쓸 수 없었다..
역시 음악은 기교가 아니다.
음악은 '사람에 대한 이해' 이자 '헌신' 이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만에 연주했다는 그 사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그의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동안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그가 바쳤던 그 '헌신'이, 베토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표현하려 했던 그의 '노력'이 그를 그처럼 빛나게 만드는 것이리라...
어찌보면 돈버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 몇몇 피아니스트들의 실망스러운 행태 속에,
진짜 피아노를 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
2007년 12월 14일, 20여분간의 황홀했던 그 순간을 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My Favorite > Classical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건우, 그리고 32번, 그리고 2악장 (0) | 2007/12/18 |
|---|---|
| 차이코프스키 녹턴 (0) | 2004/12/21 |
| 2003.10.7 (0) | 2004/09/17 |
| 함머 클라비어에 대한 인상.. (0) | 2004/03/30 |
